아마존에서 혈육의 정글을 엿보다

다음날 어제 걸었던 길을 반대방향으로 걸어보았다. 커다란 천막을 연결시켜서 만든 좌우가 터진 노천 시장이 있었다. 아마존 강에서 잡은 생선을 팔고 있었다. 고래만한 크기의 메기와 붕어를 합해 놓은 것 같은 물고기가 있었다. 이름이 삐라루꾸 라고 하였다. 길이가 1미터이고 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는다고 하였다. 배를 갈라서 벌여놓고 소금을 뿌려서 말리고 있었다.

과일가게에는 먹을만한 과일을 버린 것이 많았다. 주어서 먹고 있는데 개가 와서 내 앞에 섰다. 과일을 조금 떼어 주었다. 잘 받아 먹었다. 안심하고 개의 머리를 만졌다. 개가 소리를 지르더니 나를 물었다.

옆구리를 물렸는데 상처는 없고 개의 이빨 자국만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개에게 여러 번 물렸다.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상처받기 마련이다. 가지고 다니는 설사약을 먹었다. 설사약에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다.

배 타러 가는 날 나는 슈퍼마켓에서 물과 먹을 것을 잔뜩 샀다. 택시를 탔다. 대합실에 도착해보니 아직 시간이 있었다. 배에다 짐을 싣고 있었다. 배의 밑 부분은 빈 공간이었고 거기에 화물을 싣고 있었다. 배는 화물선과 여객선을 겸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현지인이 대부분 이었다. 살색이 검은 혼혈 들이었다. 동양인은 나 혼자였다. 늙은 사람도 나 혼자였다. 중등학교 학생 정도의 여자아이가 부모와 같이 대합실에 있었다. 비록 검으나 참으로 예쁘게 생겼다

내 방에서 나오면 바로 갑판이었다. 해먹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갑판의 가운데 부분은 침실 화장실 샤워실 세면대 와 식수대 가 있었다. 이 구조물을 빙 둘러서 갑판이 360도로 되어있었다. 서양남녀 두 쌍이 해먹을 치고 있었다.

갑판 밑의 지하실에는 식당이 있었다. 식사시간이 되면 방송으로 알려주었다. 아침에는 빵과 커피가 공짜로 나왔다. 점심과 저녁은 사먹어야 했다. 갑판 위는 옥상이었다. 지붕이 없고 사방이 툭 터져있었다. 밤이면 올라가 별을 구경했다.

아마존 강은 바다였다. 물색이 누렇다 뿐이지 하나의 바다였다. 유속이 빨라서 배는 강의 오른쪽으로 붙어서 갔다. 강변에는 열대림이 우거져 있었고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였다.

강가의 군데군데 집이 있었다. 한 채씩 떨어져 있었는데 나무로 엮은 집이었다. 지붕은 야자수 잎사귀로 덮었는데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여객선이 멀리서 보이면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여자가 애기를 하나나 둘 태우고 나왔다.

배의 손님들이 물건을 비닐봉지에 싸서 물위로 던졌다. 봉지 속에는 옷이나 신발이나 장난감 또는 생필품을 넣는다고 하였다. 여자가 카누를 힘껏 저어서 봉지를 집어 올렸다. 유속이 빨라 저러다가 물에 빠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 되었다. 며칠을 가면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보았지만 물에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장사꾼이 여객선 위로 올라왔다. 쾌속 모터보트가 배 옆으로 다가오더니 밧줄을 던졌다. 밧줄 끝에는 갈쿠리가 달려 있었다.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보트를 여객선 옆구리에 붙인 다음 밧줄을 타고 올라왔다. 무슨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가지고 올라온 박스를 열자 고래만한 고기들이 입을 쩍쩍 벌리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고기를 샀다. 저녁거리 인 것이다. 다음 항구에서 내릴 손님들도 고기를 샀다. 배는 도중에 있는 항구에 들렸다 갔다. 낮 시간에 닿는 항구도 있었고 밤에 서는 부두도 있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나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 열심히 살고 있었다.

큰 항구에서는 배가 수 시간씩 머 물었다. 사람들이 내려서 나도 내렸다. 새우 복음을 사먹고 남아서 배로 가지고 왔다. 소금을 뿌려 짜게 만들어서 마나우스에 도착할 때까지 한 개씩 꺼내 먹었다.

항구에는 강가에 있는 음식점도 있었다. 이상한 것을 보았다. 시간이 되자 음식점 주인이 물고기가 든 상자를 들고 물가로 갔다. 물고기를 물속으로 던졌다. 분홍고래가 와서 고기를 받아 먹었다.

이 돌고래들은 원래 흰색인데 몸 속의 핏줄 때문에 분홍색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름이 보또라고 했다. 달이 밝은 밤이면 미남으로 변해서 처녀들을 유혹하여 물속으로 끌고 들어 간다고 하였다.

벨렘 에서 마나우스 로 가는 도중에 있는 가장 큰 항구는 산타렘 이었다. 산타렘은 아마존 강의 붉은 물과 타파호 강의 검은 물이 만나는 곳이다. 서로 섞이지 아니하고 수 십 킬로미터를 나란히 흘러간다. 유속과 온도가 달라서 물이 섞이지 안는다. 길고 거대한 짐승 두 마리가 서로 몸을 기대고 흘러가는 것 같았다.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비가 자주 왔다. 비가 오지 않는 날밤 에는 옥상에 올라가 하늘의 별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북두칠성을 호주 에서는 남십자성을 보았지만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두 성좌를 동시에 볼 수 있을지는 몰랐다.

이 날밤은 구름 한 점 없었다. 별들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있었다. 하늘 북쪽을 보았더니 그 끝에 북두칠성이 있었다. 남쪽을 보았더니 하늘 끝에 남십자성이 보였다. 배는 적도를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5박 6일을 가다 보니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서로 알게 된 사람들도 있게 되었다. 어떤 젊은 어머니와 알게 되었다. 4, 5세쯤의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나를 무척 따랐다. 이 아이 에게 이과수 기념품 가게에서 샀던 인형을 주었다. 검으나 아름다운 여자아이 에게도 주었다.

배는 밤에 마나우스 항구로 진입하였다. 멀리서 보이던 불빛이 윤곽을 들어 내기 시작 했다. 밤에 보는 항구의 불빛은 아름다웠다. 항구에 도착하자 자정이 되었다. 손님들은 다 내렸지만 나는 내리지 아니 하였다. 밤에 예약해둔 호스텔을 찾아갈 자신이 없었다. 사정을 말했더니 배에서 자도 좋다고 했다.

아침이 되었다. 밖으로 나갔더니 검으나 아름다운 소녀의 식구들도 갑판에서 자고 일어나서 짐을 싸고 있었다. 검으나 아름다운 소녀가 나를 보더니 급히 일어나서 배 모퉁이를 돌아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소녀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비닐보따리를 들고 배를 내렸다. 부두 밖으로 나갔더니 딴 세상이었다.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는 손수레 음식점이 많이 있었다. 이름 모를 여러 가지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시내버스를 탔다. 아이스크림 집 앞에서 내렸다. 어렵지 않게 호스텔을 찾았다. 돔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층 침대로 20명이 잘 수 있는 방이었다. 침대마다 모기장이 있었다. 그러나 내 몸은 이미 모기에 안 물린 곳이 없었다.

이튿날 왔던 길을 되짚어서 걸어갔다. 내렸던 항구를 다시 보고 싶었다. 항구의 물은 검은 색이었다. 마나우스를 흐르는 강의 이름은 네그루 강 이라고 하였다. 네그루는 검 다는 뜻이다. 수 만년 동안 강 밑에 쌓인 나무 색갈이 검게 변해서 물에 석인 결과라고 하였다.

부두 바로 앞에 있는 백화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노천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마나우스 극장에도 가 보았다. 분홍색의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호스텔의 옆에 조그만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을 따라서 형성된 기다란 공원이 있었다. 낮에는 텅텅 비어있다가 밤이 되니 수십 개의 아마추어 축구팀들이 시합을 하였다.

하루는 네그루 강을 따라서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큰 다리를 하나 건넜다. 아름다운 넓은 강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상 가옥도 있었다. 수상 음식점도 있었다. 나무에는 검은 독수리 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큰길 아래로 경사진 언덕이 끝나는 곳에 작은 길이 보였다. 이상한 것을 보았다. 젊은 남자 아이 두 명이 검은 지갑을 손에 들고 이리 뒤져보고 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한 아이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다른 아이가 지갑을 빼앗아서 뒤져보았다.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빨리 돌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왔다. 그전의 호스텔을 찾아갔다. 종업원이 컴퓨터를 눌러보더니 예약이 안되어 있다고 했다. 빈 침대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번에 챙겨 두었던 영수증을 보여 주었다. 종업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은 자기네 호스텔이 근방에 또 하나 있으니 그리로 가라고 하였다.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리로 갔다. 가보고는 기분이 풀어졌다. 전 호스텔보다 규모가 크고 각국의 손님들도 더 많이 있었다. 아침식사도 더 훌륭하였다. 한국인 배낭여행 청년도 한 사람 만났다.

이 호스텔은 바로 산 밑에 있었다. 산은 나무 한 점 없는 바위산 이었다. 산의 중턱에 기둥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다. 이 기둥들은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놓은 것이었다. 무서웠다.

한 달간의 혼자서 하는 배낭여행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왔다.

서효원 선생님은 은퇴를 하고 세계여행을 백팩 하나만 메고 하신 분입니다. 본문은 전혀 손보지 않았습니다. 이해 바랍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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