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받친 사우디 아라비아를 가다

나는 1970년대에 우진 건설 회사의 총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현장에 투입되었다. 일년간 젯다, 리아드 그리고 타이프 에서 일했다.

젯다는 항구도시였다. 거기에 우진 건설에 하청을 준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회사가 있었다. 사무실에는 중년신사 한 사람과 전화기 한 대 뿐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공사가 생기면 왕족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이 사람들이 한국의 큰 회사에 일을 맡긴다. 한국의 큰 회사는 얼마를 떼고 작은 회사에 하청을 주었다.

젯다는 무척 더웠다. 마켓에 가서 시장을 보아왔다. 물건을 안으로 들여놓고 잤다. 아침에 나가 보니 문 앞에 쌀 한 가마가 그대로 있었다. 더워서 깜박 잊어버리고 들여놓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코란에 보면 도둑질한 사람은 손목을 자르게 되어있다. 그러나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손목이 잘린 사람을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사우디 사람들은 도둑질을 하지 안을 뿐만 아니라 손목을 자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상의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하루는 픽업트럭 한 대를 사러 갔다. 흥정을 끝내고 주인에게 말했다. 인샤알라(하느님의 뜻) 라고 말하지 말고 약속한 시간에 차를 준비해 두라고. 주인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차를 팔지 안겠다고 말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인데 그것을 무시하는 사람과는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들은 약속 시간보다 늦게 와도 그것은 인샤알라 인것이다.

대형트럭을 빌리기 위해서 사우디 사람과 같이 트럭 집합소로 갔다. 트럭이 죽 늘어서 있었고 운전수들도 있었다. 운전수들이 나를 보더니 추근대는 것이었다. 사우디 직원이 나더러 저리 가있으라고 말하고 자기가 흥정을 끝냈다. 한번은 아는 사람의 가게에 갔더니 미소년을 소개 시켜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거절하였다.

사우디에 제일 많이 다니는 승용차는 벤츠다. 운전석에는 흰옷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고 그 옆 좌석과 뒷좌석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여자 네 명이 앉아있다.

사우디 남자는 네 여자까지 의 처를 거느릴 수 있다. 회교도의 경전인 코란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전쟁이 심하여 남자들이 많이 죽었다. 길거리에는 과부들과 어린아이들이 넘쳐났다. 마호멧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의 처와 자식들만 사랑할 것이 아니라 과부와 그들의 자식들을 데려다가 밥도 주고 옷도 주어라. 이 좋은 가르침이 오늘날 남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젯다에는 샤라시틴 이라는 큰 길이 있었다. 한번은 이 길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여자는 그 손을 보고 목소리를 들어 보아서 나이가 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 도중에 이 여자가 검은 얼굴 천을 들어 올리고 맨 얼굴을 드러내었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대담해 지는 것인 가.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아드 의 외곽지대 에서도 일했다. 작업장은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날이 워낙 더워서 하루에 두 번으로 나누어 일하였다.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일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점심 먹고 자다가 일터로 가서 3시부터 7시까지 일했다.

일터에 오갈 때는 차에 에어컨디션이 없어도 창문을 닫고 다녔다. 창문을 열면 불 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하루는 작업장에 갔다가 볼일이 생겼다. 화장실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멀리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가서 일을 보았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누가 내 뒤에 장작불을 갔다 대는 줄로 착각했다. 일이 아직 다 끝나지 안았지만 바지를 올리고 뛰어서 작업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왕족들의 여름 별장이 있는 타이프 에서도 일했다. 고산지대여서 덜 더웠다. 어디를 가다가 시원한 바람이 올라오는 계단이 있어서 앉았다. 불란서 회사가 짓고 있는 사우디 여름왕궁 건물이었다. 한 백인이 오더니 가라고 했다.

나는 이 불란서 사람에게 ‘봉줄. 꼬만 딸래부?’ 라고 인사를 했다. 이 분이 왕궁 안을 구경시켜 주었다. 화장실의 수도꼭지와 변기가 금으로 되어있었다. 회의실 의자의 등받이가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경비실도 구경시켜 주었다.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모니터가 죽 걸려있었다. 내가 앉아있던 계단도 보였다. 십장이 설명하였다. “왕궁건물의 처마에는 기관총이 설치되어있다. 사람이 접근하면 경고 방송이 나가고 그래도 접근하면 기관총이 발사된다. 왕궁은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어디를 가다가 해가 너무 뜨거워서 건물 모퉁이의 그늘로 들어섰다. 그늘 속에는 검은 개들이 여러 마리 누어 있었다. 뛸까 하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개들 사이를 걸었다. 개들은 나를 해치지 않았다. 사우디 사람들은 개를 집안에서 기르지 안는다고 했다. 먹이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

사우디 장례 법은 사람이 죽으면 24시간이내에 묻게 되어있다. 날이 덥기 때문에 부패가 쉽게 오기 때문이었다. 동네밖에 있는 것은 모래뿐이다. 모래 속에 시체를 묻는다. 밤에 개들이 모래를 파고 송장을 꺼내 뜯어먹는 것이다.

길을 가다 보면 왕족이나 귀족들의 집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한쪽 담의 길이가 1킬로미터에 달했고 담이 모두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담의 한쪽 구석에는 수도꼭지가 하나 달려있었다. 물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배려다. 담 옆에는 쓰레기가 수북하였다. 집안에서 밖으로 던져서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길거리의 교통신호등 앞에는 시멘트로 야트막한 둑을 만들어 놓았다. 빨간 불이던 파란 불이던 차가 일단 정지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빨간 불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 들이 파란 신호등이 켜지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면서 출발하였다.

나는 시원한 밤이 되면 저녁을 먹고 금은방으로 놀러 갔다. 벌거벗은 백열등을 환하게 켜놓았다. 불빛아래에 금은보석들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사우디 여자들이 들어와서 두건을 벗었다.

금은보석을 잘 살펴보고 고르기 위함이었다. 나는 금은보석을 보는체하지만 실은 옆 눈으로 옥같이 하얗고 꽃처럼 예쁜 얼굴들을 보았다. 1년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서효원 선생님은 은퇴를 하고 세계여행을 백팩 하나만 메고 하신 분입니다. 본문은 전혀 손보지 않았습니다. 이해 바랍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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